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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어느덧 1월도 절반이 지나고 입춘(立春)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봄" 하면 어떤 분위기를 떠올리시나요? 먼저 유채꽃 밭, 벚꽃 길, 소풍처럼 따사롭고 밝은 느낌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봄의 불청객 "황사"가 생각납니다.
실제로 지난 30년 간(1993~ 2022년) 계절별 황사 발생 일수를 보면 (아래), 평균적으로 봄에 7일 정도 황사가 관측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 반면, 다른 계절에는 여름 0일, 가을 0.7일, 겨울 1.3일로 비교적 드물게 발생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봄에 반드시 황사가 관측되는 것은 아닙니다. 연도에 따른 계절별 황사 발생 일수를 보면 (아래) 지난 30년 동안 1994년, 2012년, 2019년은 서울에서 봄에 황사가 관측되지 않은 해였습니다. 어떤 해에는 황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어떤 해에는 적게 발생하고, 매 해마다 황사가 얼마나 발생할지 미리 예측하는 것은 재해 예방 차원에서 중요하고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국내외 많은 연구진분들께서 활발하게 도전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지금까지 출간된 논문과 보고서들을 참고하여 알아가보고자 합니다.
1. 황사의 정의
황사는 영어로 Yellow Dust, Asian Dust, Dust Storm으로 불립니다. 이 중 Dust Storm은 동아시아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나 유럽 대륙에서 발생하는 먼지 폭풍을 통틀어 일컫는 광범위한 단어입니다. 반면 아시아 대륙, 특히 동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하는 먼지 폭풍을 황사(Yellow Dust, Asian Dust)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흙이 하늘에서 비처럼 내린다라고 하여 우토 또는 토우(土雨)로 불려졌다고 합니다. 현재 여러 자료에서 제공하는 황사의 정의를 살펴보겠습니다.
황사는 중국과 몽골에 걸쳐있는 건조한 고비사막과 만주지역 등 황사 발원지의 모래먼지가 바람에 의해 공기 중으로 떠올라 상층기류의 이동에 따라 우리나라까지 날아오는 현상입니다.
※ 국립기상과학원, 『2021년도 황사. 연무기술 지원 및 활용연구 최종연구결과 보고서』
저기압이 중국 (또는 몽골) 사막지대를 지날 때 강한 바람과 지형의 영향으로 많은 양의 모래먼지가 공중에 떠 있거나 혹은 이동 중에 서서히 낙하하는 현상.
※ YouTube 대한민국 기상청, 『[기상청 날씨공부] 13강 황사』
중국과 몽골의 사막 지대, 황하중류의 건조 지대, 황토 고원, 내몽골 고원에 한기를 동반한 저기압이 통과할 때 강한 바람이나 지형에 의해 만들어진 난류로 인하여 다량의 모래먼지가 상층으로 올라가 공에 떠 있거나 이동하여 지표로 서서히 낙하하는 현상을 말한다.
※ 기상청, 『[손에 잡히는 예보기술] 황사분석 및 예측 가이던스』
황사의 정의들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중국과 몽골의 황사 발원지, 두번째는 다량의 모래먼지, 세번째는 이동(부유 - 수송 - 낙하)입니다. 아래 내용에서 각 부분에 대해 하나씩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 황사의 발원지
위 정의에서 볼 수 있듯이 황사는 중국과 몽골, 즉 "동아시아"의 모래먼지가 공기 중으로 떠올라야 시작됩니다. 특히 아래 지도에 표시된 고비 사막과 내몽골 고원은 황사가 시작되는 주요 발원지입니다. 국립기상과학원 『2020년 황사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황사 161 사례에 대해 황사 일기도 / 위성 영상 / 황사 예측 모델을 분석한 결과 81%가 고비 사막과 내몽골 고원에서 최초 발원하였습니다. 그 외 만주 지역(중국 북동 지역)은 18%, 황토 고원은 1%를 차지하였습니다.
고비 사막(Gobi desert)은 전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넓은 사막입니다. 전체 면적이 1,295,000 ㎢으로 우리나라 면적(약 100,412 ㎢)의 13배에 달하는 넓은 사막 지역입니다. 또 다른 주요 황사 발원지인 만주 지역(Manchuria)은 중국 북동 지역을 가리키며, 우리나라 북쪽에 위치합니다. 황토 고원(Loess plateau)은 전세계에서 가장 넓은 고원 지대며 면적이 약 400,000 ㎢로 우리나라 면적의 4배, 평균 고도가 1,200 m인 중국 중부 지방에 위치한 넓은 고원입니다. 황토(Loess)라는 지명은 바람에 의해 수송된 퇴적물이 최대 200 ~ 300 m 가량 쌓이며 생성된 고원이기 때문에 붙여졌습니다.
고비 사막과 내몽골 고원, 만주 지역, 황토 고원 이들 지역은 공통점을 갖습니다. 바로, 식물(식생)이 자라기 어려운 건조한 기후 특성을 지닌 곳이라는 점입니다. 아래 그림은 동아시아 지역을 나타낸 지도입니다. 색깔은 2022년 5월의 정규 식생 지수(Normalized Difference Vegetation Index; NDVI)를 표현한 것으로, 자세한 내용은 따로 포스팅 하겠습니다. 여기서는 초록색이 짙을수록 식생 활동이 활발한 곳, 식물이 잘 자란 곳으로 보시면 됩니다. 황사 발원지인 고비 사막과 내몽골 고원, 만주 지역, 황토 고원에서 모두 낮은 식생 지수가 확인됩니다. 특히 고비 사막과 내몽골 고원은 넓은 면적에 걸쳐 식생 지수가 상당히 낮은 것을 육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지역의 식생 지수가 낮은 데에는 기후의 영향이 큽니다. 아래 지도는 쾨펜-가이거(Köppen-Geiger) 기후 구분을 나타낸 그림입니다. 쾨펜-가이거 기후 구분은 기온과 강수량, 계절에 따른 변화가 고려된 기후 구분법이며 이후 가이거가 보완하면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먼저 고비 사막의 기후는 "BWk"로 구분되며, 1년 내내 건조하고(arid, desert) 기온이 낮습니다(cold arid). 만주 지역과 황토 고원의 기후는 "Dwa"로, 겨울이 춥고(snow) 건조하고(winter dry) 여름이 덥습니다(hot summer).
두 기후대 모두 건조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식생이 잘 성장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물, 특히 토양 수분입니다. 건조한 기후에서는 충분한 토양 수분을 함유하기 어렵고, 따라서 식생이 충분히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을 갖습니다. 아래 사진(출처: Wikipedia)과 같이 고비 사막의 동부 지역은 오른쪽 사진과 같이 스텝(Steppe)으로 초원이 펼쳐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왼쪽 사진과 같이 모래로 덮여있습니다. 이렇게 모래로 덮여있는 고비 사막과 내몽골 고원, 만주 지역, 황토 고원에서 강한 바람 등 특정 기상 조건이 충족되면 다량의 모래먼지가 공기중으로 떠오르고 황사가 시작됩니다.
3. 황사의 먼지
우리나라에서 관측되는 황사를 육안으로 보면 모두 똑같아 보이지만, 황사를 구성하는 먼지를 분석해보면 구성이 항상 같지만은 않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황사 발원지가 고비 사막과 내몽골 고원, 만주 지역, 황토 고원으로 다양하고 먼지의 기원이 되는 발원지의 토양 구성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황사 발원지의 토양 구성은 입자 크기 기준과 화학 성분 기준으로 종류를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입자 크기를 기준으로 황사와 관련한 토양 종류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큰 먼지(60 ㎛ ~ 1.5 mm)는 모래(Sand), 가장 작은 먼지(2 ㎛ 미만)는 점토(Clay), 모래와 점토 중간 크기의 먼지(2 ㎛ ~ 60 ㎛)는 실트(Silt)로 구분합니다 (아래).
또한 토양 구성은 화학 성분을 기준으로도 나눌 수 있습니다. 황사 발원지의 토양 성분은 주로 규소(Si), 알루미늄(Al), 철(Fe), 칼슘(Ca)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토양의 화학 성분을 나타내는 데에는 성분비(%)가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컵에 100만큼의 토양을 가득 담아 화학 성분 분석을 한다고 상상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100 중 약 90 정도는 규소, 알루미늄, 철, 칼슘으로 구성되고 나머지 10은 칼륨(K), 나트륨(Na), 망간(Mn) 등 다른 성분으로 구성됩니다. 이 토양을 어떤 황사 발원지에서 채집하느냐에 따라 100 중 90을 이루고 있는 규소, 알루미늄, 철, 칼슘의 성분비가 다르게 측정됩니다.
위 두 가지 기준인 입자 크기와 화학 성분에 따라 황사 발원지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실제 연구 자료를 통해 확인해 보겠습니다. 해당 연구 결과는 2002년에 작성된 서울대학교 박순웅 교수님 연구팀의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황사의 발생, 수송 및 변환에 대한 물리적, 화학적 과정』 연구 보고서에서 가져왔습니다.
먼저, 고비 사막에 위치한 토양샘플의 분석 결과입니다. 아래 표의 화학물질 / 성분비(%) 부분과 입자크기 / 비율(%) 부분을 보시면 됩니다. 화학물질을 성분비 순으로 나열하면 규소(Si) > 알루미늄(Al) > 칼슘(Ca) > 철(Fe) 순서대로 구성됩니다. 입자크기는 모래(Sand) > 실트(Silt) > 점토(Clay) 순으로 많습니다. 대체로 입자가 큰 모래로 구성되며 입자가 고운 점토의 비율은 작은 것이 특징입니다.
이번에는 황토 고원에 위치한 토양샘플의 분석 결과입니다. 화학 성분은 규소 > 칼슘 > 알루미늄 > 철, 입자크기는 실트 > 점토 > 모래 순으로 많습니다. 앞서 고비 사막과는 다르게 대체로 고운 입자로 구성되며, 칼슘의 성분비가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고비 사막과 황토 고원의 토양 구성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 | 고비 사막 | 황토 고원 |
화학 물질 기준 | Si > Al > Ca > Fe > K | Si > Ca > Al > Fe > K |
입자 크기 기준 | Sand > Silt > Clay 굵은 입자 위주 |
Silt > Clay > Sand 가는 입자 위주 |
지금까지 살펴본 황사 발원지들은 우리나라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황사 발원지인 만주 지역만 해도 서울에서 800 km 이상 떨어져 있고, 고비 사막과 내몽골 고원은 서울에서 2,000 km 이상 떨어져 있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가 대략 300 km인 걸 고려하면 3 ~ 7배나 먼 거리입니다. 황사 발원지에서 공기 중으로 떠오른 먼지가 800 km 이상 먼 거리를 어떻게 날아올 수 있을까요?
우선 간단하게 요약하면, 상층기류(편서풍)를 통해 황사 발원지의 먼지가 우리나라 상공까지 수송됩니다. 자세한 과정은 다음 포스팅을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내용에 오류가 있거나, 보완할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편하게 댓글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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